여기 분류된 8개의 취향 가운데 가장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고 할까요. '전위적'이라는 단어가 당신에겐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경험이나 교육이 아닌, 선천적으로 예술적 오감을 타고 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선천적인 '예술 에너지'는 당신을 (잠재적으로) 가장 수준 높은 문화/예술 소비자로 만들어 줍니다.
다소 극단적이고 반전통적이며 체제 저항적인 언어로 표현된 것일지라도, 자신감과 독창성만 있다면 당신은 매력을 느낍니다. 조금 투박하고 엉성하고 모자란 것 같아도, 자발적인 진실함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당신은 관심을 갖습니다.
자신감과 독창성, 진실함과 자발성은 당신 취향에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대중을 의식하면서 쓴 시,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린 그림, 카메라를 의식하며 하는 연기, 멋지게 보이려 연주하는 음악... 이런 피상적인 껍데기들은 당신에게 경멸의 대상입니다. 아무리 설익고, 서툴고, 무계획적이며 즉흥적이라도, 아무리 반체제적이며 사회 파괴적이고 도발적이고 선동적일지라 하더라도 자신만의 진실함이 있다면 당신에게 그것은 곧 아름다운 예술품입니다.
놀랍게도 이런 취향은 전세계의 모든 평론가들이 공유하는 견해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비록 '평론'을 쓰기엔 지식과 필력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최소한 당신은, 전문 평론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우수한 심미안과 감별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고흐는 평생 참으로 많은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모델을 살 돈이 없던 그는 평생 거울 속의 자신을 모델로 삼았죠.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았던, 오직 거울 속의 자신만이 바라보던 자화상. 당신의 취향은 이 자화상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취향은 원시림입니다. 일찍이 그리스 시대의 현인들은 모든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라 주장했죠. 자연의 가장 근원적 모습을 간직한 원시림, 이곳의 끝없는 다양성과 풍요로움, 예측불능의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당신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시림 속의 생명과 죽음, 성장과 퇴화, 애착과 분노, 증오와 집착... 이런 삶의 흐름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직하고 광활한 아름다움이야 말로 당신의 취향을 채워줄 위대한 원동력입니다.
좋아하는 것 당신은 어쩌면 괴짜 취향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당신 취향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주류에 속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세속적인 대중 문화계를 떠나 고답적인 예술 영역으로 들어온다면 당신은 영락없는 메인스트림입니다. 자연스러움, 풍부한 상상력, 절제되지 않은 즉흥성. 이런 것들이 지배하는 예술의 세계에서 당신의 취향은 빛을 발합니다.
당신은 격식과 통념, 사회적 예의범절에서 벗어난 것들에 흥미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런 일탈적인 것들이 진실함을 갖추고 있다면 깊은 호감을 갖게 됩니다.
가령, 다음 시엔 일탈적인 성격은 있지만, 진실함이나 고상함, 수준높은 관찰/안목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살았을 때 한 가지 꿈이 있었다. 아무도 그 꿈을 몰랐다. 죽을 때 그는 뜬 눈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별이 졌다고......
그러나 다음 시엔 일탈적인 성격과 함께 수준높은 독창성이 있습니다. 가만히 음미해 보시길. 당신 취향을 위한 시입니다.
나,이번 생은 베렸어 다음 세상에선 이렇게 살지 않겠어 이 다음 세상에선 우리 만나지 말자
......
아내가 나가버린 거실 거울 앞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는 사나이가 있다 치자 그는 깨우친 사람이다 삶이란 게 본디, 손만 댔다 하면 중고품이지만 그 닳아빠진 품목들을 베끼고 있는 거울 저쪽에서 낡은 괘종 시계가 오후 2시가 쳤을 때 그는 깨달은 사람이었다
흔적도 없이 지나갈 것
아내가 말했었다 "당신은 이 세상에 안 어울리는 사람이야 당신,이 지독한 뜻을 알기나 해? " 괘종 시계가 두 번을 쳤을 때 울리는 실내:그는 이 삶이 담긴 연약한 막을 또 느꼈다 2미터만 걸어가면 가스벨브가 있고 3미터만 걸어가면 15층 베란다가 있다
지나가기 전에 흔적을 지울 것 괘종 시계가 들어가서 아직도 떨고 있는 거울 에 담긴 30여평의 삶:지나치게 고요한 거울 아내에게 말했었다: "그래,내 삶이 내 맘대로 안 돼"
저주하는 것 당신은 (아마도) 훈계하거나 훈계받는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할 겁니다. 규율, 법, 질서, 사회 정화, 국민 정서 어쩌고 들먹이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취향을 제한하고 옭아 매려는 검열주의자, 엄숙주의자,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을 보면 죽이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작품과 인생을 함부로 가치 판단하고 평가하고 거기에서 억지로 교훈을 찾으려는 행위에 심각한 역겨움을 느낄 겁니다. (당신의 눈에 이들은 감옥 같은 곳에 들어가 인생을 삽질로 보내야 할 돼지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구가 당신의 속을 뒤집어 놓는 대표적인 작품이죠. 소름끼치지 않습니까?
프랭클린이 남긴 말 가운데, "쓰고 있는 열쇠는 항상 빛난다"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늘 쓰는 열쇠는 언제나 손에 닳아 빛납니다. 그러나 지하실이나 창고같이 자주 쓰지 않는 열쇠는 녹이 슬거나 색깔이 변해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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